📝 연판장이란 무엇인가?
‘연판장’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서명해 의견이나 요구를 전달하는 문서를 의미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유생들이 상소문을 올릴 때 주로 사용되었으며, 현대에는 노동조합,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에서 집단적인 항의나 요구 표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계가 강하고 폐쇄적인 조직에서 연판장이 등장하는 경우,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강한 집단적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곤 합니다.

🔍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사퇴 배경
2025년 4월, 대통령경호처 내에서 530여 명의 직원이 연판장을 통해 김성훈 경호차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전체 인원이 약 7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판장 참여율은 약 75%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김성훈 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 경호팀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과 대통령실의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 지시 정황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호처 내부에서는 이보다 더 큰 문제로 김 차장의 독단적인 조직 운영 및 사조직화에 대한 반감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연판장의 형식과 실제 작성 방식
연판장은 일반적인 종이 문서 형태가 아니라, 경호처 내부 네트워크 게시판을 통해 실명으로 작성된 ‘경호차장 등의 권한 행사 중지 청원의 건’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공유되었고, 이에 530명이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직 사회, 특히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폐쇄적이고 기강이 강한 조직에서 이처럼 실명 서명으로 이루어진 집단 행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직 내부의 위기감을 드러내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김성훈 차장은 내부 압박을 받아들여 4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히게 되었습니다.


📚 현대사 속 연판장 사례들
연판장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되어 왔습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1960년 4.19 혁명 직후 군 내부 연판장: 이승만 정권 재집권에 반대하는 장교들의 조직적 연명 반대 문서
- 2018년 서울교통공사 내부 감사 반발 사건: 감사에 반발한 직원들의 집단 연판장
- 202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진 연판장: 총장 인선에 대한 절차적 문제 제기
- 2024년 하버드대 교수 600명 연판장: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집단 반대 서명
이처럼 연판장은 단순한 요구 수단을 넘어 조직의 윤리적 기준을 표출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집단적 실천으로 기능해왔습니다.
🔚 결론: 연판장의 상징성과 이번 사건의 의의
이번 대통령경호처 내 연판장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선 조직 내부 자정의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강한 기강과 상명하복 문화가 지배적인 공직기관 내부에서 대규모 연판장이 벌어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결국 차장의 사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연판장은 때때로 공식 절차보다 강력한 내부 집단 의사 표현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공공기관의 내부 민주성과 책임 있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